이란 외무부는 25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잇따른 공습으로 자국의 핵 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공식 인정했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핵 시설들은 반복적인 공격을 받아 확실히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지난 6월 13일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하며 시작된 교전에서 비롯됐다. 이후 미국은 지난 22일 이란의 주요 핵 시설인 포르도, 이스파한, 나탄즈 등을 공습했고,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자국의 공격으로 “이란 핵 시설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미국 국방정보국(DIA)과 CNN, 뉴욕타임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공습이 이란 핵 시설을 완전히 파괴하지 못했으며, 핵 프로그램을 수개월 지연시키는 데 그쳤다는 초기 평가가 나왔다.

 

바가에이 대변인은 이와 같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평화적 핵에너지 개발 의지를 굳건히 유지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하에서 평화적 목적의 핵에너지를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그 권리를 지키기 위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준비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미국의 불법 행위를 규탄하는 것”이라며 이번 공습이 국제법과 외교, 윤리에 대한 심각한 타격이라고 주장했다.

 

바가에이는 또한 공습의 심각성과 중대함을 국제사회가 축소하거나 공습의 강도나 효과에만 주목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미국의 이란에 대한 침략 행위의 중대성을 축소하려는 시도는 매우 나쁜 신호”라고 덧붙였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는 지난 23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핵 시설 공습에 대응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력을 중단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바가에이는 이에 대해 “협력 중단은 완전한 결별을 의미하지 않으며, 협력 방식을 재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심각한 침략 행위를 당한 국가로서 당연한 대응”이라며 “법안은 향후 협력 재개를 위한 조건을 설정하고 있는데, 이는 이란 과학자들과 핵 시설의 안전 및 보안 보장, 그리고 NPT 하에서 평화적 핵에너지 개발 권리 존중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바가에이는 또 “이란이 NPT의 책임 있는 회원국으로서 인정받으려면 조약에 가입한 모든 국가가 누리는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이 법안이 의회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될 경우, 핵 시설 내 감시 카메라 운영, 사찰 활동, 보고서 제출 등이 모두 중단될 전망이다.

 

 

 

한편, 바가에이 대변인은 미국에 대한 신뢰 부족을 이유로 당장은 미국과의 외교 재개 가능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미국은 외교를 이야기하면서도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승인하는 신호를 보냈다”며 “이런 상황에서 신뢰가 유지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이란은 ‘외교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스라엘과의 긴장 상황 속에서도 다양한 행위자들과 접촉해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가 최우선 과제는 안보이며, 미국이 진정성 있는 외교 의지를 보일 때까지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번 사태는 이란과 미국, 이스라엘 간의 긴장이 크게 고조된 가운데 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으로 평가된다.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한 반복적인 공격과 이란의 IAEA 협력 중단 움직임은 앞으로 핵 비확산 체제와 중동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압박에 맞서 이란이 평화적 핵 에너지 개발 권리를 강조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임에 따라, 앞으로 외교적 해법 모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법적, 윤리적 측면을 놓고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 진행 상황과 향후 외교적 움직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란이 이번 공습으로 인해 핵 시설에 피해를 입었음을 공식 인정함에 따라, 향후 추가 군사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시에 IAEA와의 협력 중단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통해 이란은 국제사회의 감시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어,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과 협상이 앞으로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