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현저히 낮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특히 65세 이전에 발생하는 조기 치매의 경우, 발병 위험이 무려 40%나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중국 화중과기대 연구팀이 진행한 이 연구 결과가 국제 의학 학술지 '자마(JAMA) 네트워크 오픈'에 최근 게재되었다. 연구진은 평균 연령 56.5세의 47만 9723명을 대상으로 13년간의 장기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참가자들에게 지난 4주간 가장 자주 사용한 교통수단을 조사한 후, 이후 치매 발병 여부를 관찰했다.

 

연구팀은 "지난 4주간 직장 출퇴근을 제외하고 일상 이동 시 가장 자주 사용한 교통수단은 무엇입니까?"라는 설문을 통해 참가자들의 교통수단 이용 패턴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참가자들을 네 그룹으로 분류했다: 자동차, 버스, 지하철 등 좌석에 앉아서 이동하는 비활동적 교통수단 이용자, 도보 이용자, 도보 혼합 이용자, 그리고 자전거 및 자전거 혼합 이용자.

 

연구 기간 동안 전체 참가자 중 8845명(1.8%)이 치매를 앓았으며, 이 중 3956명(0.8%)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받았다. 분석 결과, 자전거를 주요 이동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앉아서 이동하는 교통수단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1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전에 발생하는 조기 치매의 경우, 자전거 이용자들의 발병 위험이 40%나 낮았으며,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 위험도 22% 감소했다.

 

연구진은 자전거 타기가 치매를 예방하는 메커니즘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자전거를 타는 신체 활동은 뇌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장기의 염증을 감소시킨다. 또한 치매 위험을 높이는 비만 등의 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둘째, 자전거를 탈 때 도로의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경로를 머릿속으로 그리는 과정에서 인지 능력이 향상된다. 실제로 자전거를 자주 타는 사람들은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해마가 더 발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10배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APOE-e4'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자전거 타기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이 유전자는 약 50명 중 1명꼴로 보유하고 있으며, '어벤져스'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도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유전적 위험 요인이 없는 사람들보다는 효과가 다소 적지만, 자전거 타기는 이러한 유전적 위험을 가진 사람들의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중년과 노년층에서 자전거 타기와 같은 활동적인 교통수단 이용을 장려하면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어 공중보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4주간의 교통수단 이용 결과만을 조사했고, 13년간 참가자들의 교통수단 이용 패턴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관찰 연구의 특성상 자전거 타기와 치매 예방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확실하게 증명하지는 못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