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BBC가 극찬한 '천재 트럼펫 여제', 드디어 한국 온다… 단 한 번의 기회

 깊어가는 가을, 독일어권 음악의 정수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무대가 열린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다음 달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이는 제259회 정기연주회 '브루크너, 교향곡 4번 낭만적'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번 공연은 바그너의 장대한 서막으로 시작해 하이든의 고전미를 거쳐 브루크너의 웅장한 낭만주의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음악의 계보를 탐험하는 여정으로 꾸며진다. 특히 이번 무대는 스웨덴 왕립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을 역임하며 기악과 성악 사이의 절묘한 균형 감각을 인정받은 지휘자 로렌스 르네스가 지휘봉을 잡아 기대를 모은다. 화려한 금관의 포효로 문을 여는 바그너의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서곡이 끝나면, 곧이어 완전히 다른 색채의 음악이 펼쳐진다.

 

공연의 두 번째 순서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이다. 이 곡은 TV 프로그램 '장학퀴즈'의 시그널 음악으로 수십 년간 사용되었고, 최근에는 전 세계를 휩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기상 음악으로 등장하며 다시 한번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이번 협연에는 영국 음악 전문 매체 BBC뮤직으로부터 "강렬한 표현력과 감동을 전달하는 음악가"라는 찬사를 받은 트럼펫 연주자 마틸다 로이드가 나선다. 그의 한국 무대 데뷔이자 국내 오케스트라와의 첫 협연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트럼펫이라는 악기가 뿜어내는 화려하고 폭발적인 기교와 하이든 음악 특유의 명료하고 안정적인 구조가 어떻게 만나고 대비를 이루는지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감상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 '낭만적'이다. 작곡가 스스로 '낭만적'이라는 부제를 붙인 이 작품은 그의 첫 장조 교향곡으로, 중세 기사의 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곡을 듣고 있으면 마치 오스트리아의 광활한 녹지 위에서 자연의 신비와 교감하는 듯한 인상을 받다가도, 어느새 중세의 대성당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현악기 군이 만들어내는 부드럽고 깊은 울림 위로 금관 악기들이 장엄하고 경건한 팡파르를 쏟아낼 때, 청중은 브루크너가 빚어낸 웅대한 서사와 신앙심의 세계를 온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단순한 감상을 넘어 공간과 시대를 초월하는 듯한 이 압도적인 경험이야말로 브루크너 교향곡의 진정한 매력이다.

 

결국 이번 연주회는 하이든의 고전주의적 아름다움에서 출발해 바그너를 거쳐 브루크너의 거대한 낭만주의 세계에 이르는, 오스트리아와 독일 음악의 황금기를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는 무대라 할 수 있다. 각기 다른 시대와 양식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음악이 한자리에서 어우러지며 세대와 시대를 넘어 유유히 흐르는 음악의 위대한 정신을 증명한다. 네덜란드와 몰타 이중 국적의 지휘자 로렌스 르네스의 섬세하고 균형감 있는 지휘 아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들려줄 하이든의 명료함과 브루크너의 장대함이 어떤 모습일지, 그 특별한 순간을 현장에서 직접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