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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30 06:49 (T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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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제대로 도서전, '돈맛' 본 도서전 거부

     서울 용산구 노들섬 노들라운지가 책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25일 오후 4시, 제1회 '서울 제대로 도서전'이 개막하자마자 200여 명의 인파가 쏟아져 들어오며 장내를 메웠다. 안전을 위해 도입한 사전 예약 시스템은 단 10분 만에 준비된 수량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현장을 찾은 이들은 단순히 책을 사러 온 손님을 넘어, 위기에 처한 출판 생태계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모인 연대자들이었다.이번 행사는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국제도서전의 변질에 항의하는 출판인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한 대안적 축제다. 전국 각지의 출판사와 동네 서점, 작가 등 51개 팀이 뜻을 모았고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가 힘을 보탰다. 이들은 70년 가까이 공적 자산으로 여겨졌던 서울국제도서전이 최근 주식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이윤만을 쫓는 영리 사업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부스 비용이 단기간에 두 배 가까이 치솟으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소형 출판사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점이 갈등의 핵심이다.현장에서 만난 출판인들은 대형 자본 위주로 재편된 기존 도서전의 문법을 거부했다. 제대로 도서전은 모든 참가 팀에게 동일한 크기의 부스를 제공하고 위치 또한 무작위로 배정해 공간이 주는 권위와 위계를 없앴다. 화려한 굿즈나 자극적인 이벤트 대신 서가에는 어린이, 여성, 환경, 인권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책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50만 원이라는 합리적인 참가비는 다양성을 지향하는 작은 출판사들이 부담 없이 독자와 만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독자들의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대형 전시장 특유의 혼잡함과 상업적 분위기에서 벗어나 책을 만든 사람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혔다. 현장에는 자신이 가져온 책을 낭독하거나 작가와 직접 소통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독서 본연의 즐거움을 극대화했다. 또한 비닐 봉투 대신 시민들이 기증한 에코백을 사용하는 등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모습도 기존의 대규모 상업 행사와는 차별화된 지점이었다.지역 출판계와 작가 단체도 목소리를 보탰다. 광주에서 올라온 서점 운영자는 유통 체계의 일원으로서 출판인들과 행동을 같이하기 위해 참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작가노조 측 역시 특정 단체가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구조를 타파하고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출판업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직결되는 만큼, 도서전 운영에 있어 공공성이 최우선 가치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제대로 도서전은 26일까지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린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의 흥행을 반기면서도, 역설적으로 이 도서전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대안 도서전이 열려야만 했던 원인인 서울국제도서전의 사유화 문제가 해결되어 다시 모두가 화합하는 공공의 축제로 돌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출판인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확인된 독자들의 지지를 동력 삼아 도서전 운영 구조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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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잠실 올림픽공원 시위 139명 수사 개시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시작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20여 일을 넘기며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는 시위대와 경찰 기동대가 뒤섞여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으며, 개표 업무 중단에 따른 행정적 마비 상태도 지속되고 있다. 경찰은 현장의 혼란을 틈타 발생한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해 전방위적인 수사에 착수하며 법과 원칙에 따른 엄단 의지를 분명히 했다.서울경찰청은 현재까지 시위 현장에서 접수된 불법 행위 57건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수사 대상자만 139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주요 혐의는 공공시설 무단 침입과 업무방해, 취재진 및 경찰관 폭행 등이다. 특히 시위대가 개표소 인근 체육단체 사무실 출입을 막거나 국가대표 선수들의 소지품을 무단으로 뒤지는 등 선을 넘는 행위가 잇따르면서 공권력 투입의 정당성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언론 자유와 공무 수행을 방해하는 폭력 사태도 심각한 수준이다. 취재 중이던 기자를 폭행하거나 현장 통제에 나선 경찰관에게 침을 뱉고 욕설을 퍼붓는 등의 모욕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경찰은 이미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40대 남성을 구속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신원을 특정해 소환 조사를 이어가는 등 수사의 고삐를 죄고 있는 상황이다.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허위 정보 역시 경찰의 주요 단속 대상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거나 시위 상황을 왜곡하는 게시물 수백 건이 적발되었으며, 경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해 삭제 조치를 진행 중이다. 가짜 뉴스가 시위대의 감정을 자극해 오프라인의 폭력성을 키우고 있다는 판단 아래, 디지털 공간에서의 법 집행도 병행하고 있다.경찰은 이번 사태를 법적으로 신고되지 않은 '미신고 집회'로 규정하고 기동대 200여 개 부대를 현장에 상시 배치하고 있다. 대화경찰을 통해 평화적인 해산을 유도하고 있으나, 개표소 봉쇄라는 특수성 때문에 인파 관리와 안전사고 예방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들의 참정권과 관련된 의사 표현은 존중하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명백한 범죄에 대해서는 타협 없는 대응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시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올림픽공원 내 각종 문화·스포츠 행사가 취소되는 등 시민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찰은 현장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적정 규모의 경력을 유지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계획이다. 강제 해산이라는 최후의 수단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수사력을 총동원해 불법 행위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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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11년 만에 마침표, 린의 눈물

     가수 린이 방송을 통해 전 남편 이수와의 이혼을 결심하고 주변 동료들에게 처음 사실을 알렸던 긴박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지난 28일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에서 린은 오랜 절친인 백지영을 만나 10년 넘게 이어온 결혼 생활을 정리하며 겪었던 심리적 고통과 그 과정에서 느낀 소회를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가요계 선후배를 넘어 인생의 고비마다 서로를 지탱해 준 깊은 우정을 과시하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백지영은 오랜 시간 가정을 지켜온 선배로서 린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부부의 인연을 맺는 것보다 이를 정리하고 헤어지는 과정이 훨씬 더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린이 홀로 감내했을 시간을 위로했다. 특히 린이 처음 이혼 결심을 전했을 때 자신의 일처럼 속상해하며 눈물을 쏟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동료의 아픔을 진심으로 함께 나누는 따뜻한 면모를 드러냈다.이혼 사실이 처음 외부에 알려지게 된 과정은 다소 뜻밖이었다. 린은 원래 백지영에게만 조용히 털어놓으려 했으나, 당시 현장에 윤종신과 김범수 등 다른 동료들이 함께 모여 있어 상황이 묘하게 흘러갔다. 백지영이 린에게 할 말이 있다는 신호를 주자, 윤종신이 농담 섞인 말투로 이혼 아니면 임신일 것이라고 추측한 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결국 린은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상황을 밝히게 되었고, 동료들은 당황하지 않고 그녀의 고백을 묵묵히 받아들여 주었다.린은 당시를 떠올리며 누군가에게 공식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알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숨겨야 할 비밀이 아닌 삶의 한 과정으로 인정받는 기분이었다는 설명이다. 동료들의 배려 섞인 반응 덕분에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고, 그날 이후 본격적으로 자신의 삶을 재정비할 용기를 얻었다고 덧붙였다.지난해 전해진 린과 이수의 이혼 소식은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한 부부였기에 대중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자녀 없이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한 두 사람의 결정에 대해 당시에는 구체적인 배경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번 방송을 통해 린이 겪었던 인간적인 고뇌가 조금이나마 드러났다. 백지영은 철부지 같던 시절을 지나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어 삶의 무게를 견디는 서로의 모습에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아픔을 딛고 다시 무대와 방송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린을 향해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과거의 인연을 뒤로하고 홀로서기에 성공한 그녀가 보여준 솔직한 태도는 비슷한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었다. 린은 앞으로도 자신의 감정을 노래에 담아내며 가수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더욱 단단해진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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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혁 "징계 불사" 당내 충돌

     국민의힘 내부의 권력 투쟁이 장동혁 대표의 복귀와 동시에 극한 대립으로 치닫으며 당 전체가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병가에서 돌아온 장 대표가 자신을 비판하는 세력을 '해당 행위자'로 규정하며 강력한 인적 청산을 예고하자, 이에 반발하는 비주류 의원들이 집단적인 저항에 나선 형국이다. 여권 내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지도부 흔들기가 아닌, 보수 진영의 재편을 둘러싼 생존 게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장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와 방송 출연을 통해 특정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재선거 승리와 특검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임기 완주가 곧 보수 재건의 유일한 길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도부를 향한 내부 총질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조만간 당 윤리위원회를 가동해 반대파에 대한 대대적인 징계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하지만 당내 반발 기류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청년 정치인들과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장 대표의 리더십이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다는 진단이 쏟아졌다. 이들은 지도부가 자신과 뜻이 다른 구성원을 적으로 간주하는 '폐쇄적 사당화'를 꾀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당의 미래를 위해 대표직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최고위원회의 현장은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성토의 장으로 변질되며 당의 분열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대표 측근 인사들은 당의 기강 확립을 요구하며 사퇴론을 일축한 반면, 반대 측은 리더의 자격 상실을 거론하며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했다. 중재에 나선 원내 지도부조차 공개적인 비난전을 자제하라고 촉구했지만,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진 양측의 간극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었다.영남권 중진들과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장 대표의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전략적 무시' 전략이 퍼지고 있다. 이들은 장 대표의 최근 행보가 정치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고 판단하며, 실제 징계가 단행될 경우 법적 대응을 포함한 집단행동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과거의 가처분 사태가 재연될 경우 당이 회생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사무처 안팎에서는 내달 초 윤리위 재가동을 기점으로 여권 내 '징계 내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위기 대응 등 시급한 국정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집권 여당이 내부 주도권 싸움에 매몰되자 당원들의 피로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지도부의 강경 노선과 비주류의 퇴진 압박이 정면충돌하면서 국민의힘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의 정국으로 빠져들었다.

주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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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랑미술제 수원 상륙, 103개 화랑 집결
  • 선관위 개혁, 개헌이냐 특검이냐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정국을 급격히 냉각시키고 있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내달 예정된 2차 회의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업무보고를 받기로 하면서, 책임 소재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여당은 선관위의 독립적 관리 부실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야당은 정부의 지원 미비와 보고 체계의 허점을 정조준하고 있다.이번 국정조사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증인 채택 문제다. 국민의힘은 선거 지원 주무 부처인 행안부가 사태 발생 당시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정부 공동 책임론'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 보고 여부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예고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야당의 움직임을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하려는 정치적 공세로 규정하며 방어막을 치고 있다. 여당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선관위 내부의 안일한 대응과 행정적 무능에 있다고 보고, 선관위 사무처의 보고 계통과 조달 과정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 수뇌부의 거취 문제를 놓고 탄핵안 발의까지 거론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혁론을 두고도 여야는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민주당은 선관위에 대한 외부 감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원포인트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다. 헌법재판소의 과거 결정을 근거로 하위 법령 개정만으로는 선관위의 폐쇄적인 구조를 혁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반면 국민의힘은 개헌 논의가 시작될 경우 모든 국정 현안이 개헌 정국에 매몰될 것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야당은 개헌 대신 특별검사 도입을 통한 철저한 수사와 법률 개정을 통한 선거 제도 정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여권이 개헌을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인적 청산과 법적 책임 추궁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국정조사가 진행될수록 여야의 전략적 계산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특검 수용과 개헌 논의를 맞바꾸는 식의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하지만 증인 채택부터 개혁 방법론까지 모든 단계에서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어, 진상 규명보다는 정쟁으로 흐를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선관위 개혁을 향한 국회의 발걸음은 여전히 안갯속을 걷고 있다.

  • 미국도 주목한 이란 실세, 갈리바프의 질주

     이란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살아남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종전 협상의 전면에 나서며 중동의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고 있다. 지난 21일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열린 4자 회담에 참석한 그는 이번 전쟁의 결말을 사실상 이란의 승리로 규정하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갈리바프는 협상장을 전장의 연장선으로 정의하고, 군사적 성과를 외교적 실리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그를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군으로 분류하며 핵심 대화 상대로 예우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그의 달라진 위상을 방증한다.갈리바프는 이란 권력 구조 내에서 군사와 행정, 정치를 두루 섭렵한 보기 드문 이력을 소유하고 있다. 18세의 나이에 혁명수비대에 입대해 이란·이라크 전쟁을 겪으며 지휘관으로 성장한 그는 항공우주군 사령관 시절 이란 미사일 전력의 토대를 닦은 인물이다. 동시에 테헤란대학교에서 정치지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학구적인 면모를 갖췄고, 경찰청장과 테헤란 시장을 거치며 조직 현대화와 행정 능력을 입증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그는 강경파 군인이면서도 실리를 챙길 줄 아는 '테크노크라트 군인'으로 불린다.그의 정치적 자산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의 깊은 신뢰 관계에서 비롯된다. 1999년 대학생 시위 당시 강경 진압의 선봉에 서며 하메네이의 눈도장을 찍은 그는 이후 경찰청장으로 발탁되어 체제 수호의 핵심 축이 되었다. 비록 여러 차례 도전했던 대통령 선거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하메네이는 그를 국회의장으로 복귀시키며 권력의 중심부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비호했다. 각종 부패 스캔들과 가족 논란 속에서도 그가 건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최고지도자실과의 끈끈한 유대감에 있다.갈리바프가 주도하는 이란의 새로운 전략은 '호르무즈 해협의 주권 확립'으로 요약된다. 그는 귀국길 인터뷰를 통해 해협의 관리 체계가 결코 전쟁 이전의 자유 통행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이란 의회는 이미 선박 통행료 징수와 항로 지정을 골자로 한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이는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20%가 지나는 급소를 이란이 직접 통제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전쟁을 통해 확인한 지정학적 지렛대를 경제적 실리로 연결하겠다는 계산이다.국제사회는 갈리바프가 제시한 '유료화 카드'가 가져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종전 양해각서 체결 이후 주어진 60일간의 유예 기간이 지나면 이란은 본격적으로 통행료를 부과할 기세다. 이는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중동 내 해상 패권을 이란이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미국 역시 전쟁의 종결을 위해 갈리바프와의 협상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의 사유화가 불러올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대해 깊은 고심에 빠진 모양새다.갈리바프의 행보는 이제 개인의 대권 욕구를 넘어 이란이라는 국가의 생존 전략과 직결되고 있다. 혁명이 만든 소년에서 전쟁이 키운 권력자로 성장한 그는 이제 중동 질서 재편의 설계자로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받고 있다. 그가 설계한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규칙이 국제 규정과 충돌하며 어떤 갈등을 빚어낼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가 이란의 차기 최고 권력자로 등극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시선이 테헤란으로 향하고 있다.

  • 애플, 맥북 가격 최대 22% 기습 인상

     글로벌 PC 제조사 중 마지막까지 가격 동결을 유지해온 애플이 결국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전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애플은 현지시간 24일 온라인 스토어 점검을 거쳐 맥북과 맥미니 등 주요 하드웨어의 판매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이번 인상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인한 메모리 수급난과 반도체 위탁생산 비용 증가가 맞물린 결과로, 애플이 수개월간 감내해온 원가 상승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격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국내 온라인 스토어 역시 26일 0시를 기점으로 변경된 가격이 적용되며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가 크게 올랐다. 제품별 인상 폭은 최저 13%에서 최대 22%에 달하며, 최근 출시된 고사양 모델일수록 가격 상승액이 컸다. 특히 지난 3월 출시되어 99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였던 맥북 네오 기본형은 이번 조정으로 119만 원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교육용이나 입문용 노트북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했던 모델인 만큼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주력 모델인 맥북에어와 맥북프로의 가격 상승은 더욱 가파르다. M5 실리콘을 탑재한 맥북에어 13형 모델은 기존보다 40만 원 오른 219만 원으로 책정되었으며, 전문가용인 맥북프로 모델은 인상 폭이 70만 원에 달한다. 애플은 그동안 높은 마진율을 바탕으로 부품 단가 상승을 자체적으로 흡수해 왔으나, D램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상반기 내내 폭등하자 더 이상 기존 가격 체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팀 쿡 애플 CEO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전례 없는 수준의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번 조치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AI 에이전틱 컴퓨팅 수요가 폭발하면서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메모리 물량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어, 애플과 같은 대형 제조사조차 협상력 발휘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성명을 통해 짧은 기간 내에 부품 가격이 이처럼 급등한 사례는 처음이라며 시장 상황의 엄중함을 토로했다.PC 제품군뿐만 아니라 아이패드 시리즈 역시 최대 20%의 가격 인상이 적용되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3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TSMC가 최신 나노 공정의 위탁생산 단가 인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애플의 핵심 칩셋인 M시리즈와 A시리즈의 제조 원가가 동반 상승할 경우, 가을에 출시될 신형 아이폰 등 차기 제품의 가격 책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시장조사업체들은 이번 가격 인상이 애플의 연간 출하량 목표치 달성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연간 500만 대 이상의 판매가 기대됐던 맥북 네오의 성장세가 꺾일 경우 전체 PC 시장 점유율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소비자들은 기습적인 가격 인상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오픈마켓의 재고 물량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는 한 고가 정책을 고수해온 애플의 가격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유해란 우승·윤이나 준우승, K-골프 점령

     미국 미네소타의 변덕스러운 날씨도 유해란의 메이저 우승을 향한 집념을 꺾지 못했다. 2026 시즌 LPGA 투어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최종일, 유해란은 천둥과 번개로 인한 세 시간의 경기 지연과 초반 보기라는 악재를 딛고 정상에 올랐다.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그는 최종 합계 13언더파를 기록하며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생애 첫 메이저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대회 마지막 날의 시작은 다소 불안했다. 첫 홀부터 보기를 범하며 흔들린 유해란은 4번과 5번 홀에서도 연속으로 타수를 잃으며 한때 공동 선두 허용이라는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지난해 신인왕다운 침착함이 돋보였다. 전반 남은 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분위기를 반전시킨 그는 단독 선두 자리를 탈환하며 전반을 마쳤다. 위기 순간마다 터져 나온 정교한 퍼트가 추격자들의 의지를 꺾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승부의 분수령은 후반 12번 홀이었다. 깊은 러프에 빠지는 위기 상황에서도 유해란은 당황하지 않고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안착시킨 뒤 장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이 버디로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브룩 헨더슨과의 격차를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이후 무리한 공격보다는 파를 지키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선택한 그는 16번 홀의 결정적인 파 세이브를 거쳐 마지막 18번 홀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하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이번 우승으로 유해란은 약 3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상금과 함께 LPGA 통산 4승째를 기록하게 됐다. 특히 지난달 대회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기억을 털어내고 가장 권위 있는 메이저 무대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메이저 챔피언 반열에 오른 그는 이제 한국 여자골프를 이끌어갈 확실한 차세대 주자로 자리매김했다.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유해란 한 명에 그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우승 다툼을 벌인 윤이나가 단독 2위에 이름을 올렸고, 김세영과 김아림 등 베테랑들도 톱10에 진입하며 한국 골프의 저력을 과시했다.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다마저 공동 8위에 그칠 정도로 치열했던 승부 속에서 한국 선수들이 리더보드 상단을 점령한 모습은 과거 'K-골프'의 전성기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유해란의 이번 승리는 박세리부터 시작해 박인비, 양희영으로 이어져 온 한국인 메이저 우승 계보를 잇는 소중한 결실이다. 특히 2년 전 양희영이 이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다시 한번 한국 선수가 정상에 오르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과의 깊은 인연을 재확인했다. 시상대 위에서 동료들의 축하 세례를 받으며 환하게 웃어 보인 유해란은 대한민국 여자골프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준비를 마쳤다.

  • 결혼 11년 만에 마침표, 린의 눈물

     가수 린이 방송을 통해 전 남편 이수와의 이혼을 결심하고 주변 동료들에게 처음 사실을 알렸던 긴박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지난 28일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에서 린은 오랜 절친인 백지영을 만나 10년 넘게 이어온 결혼 생활을 정리하며 겪었던 심리적 고통과 그 과정에서 느낀 소회를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가요계 선후배를 넘어 인생의 고비마다 서로를 지탱해 준 깊은 우정을 과시하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백지영은 오랜 시간 가정을 지켜온 선배로서 린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부부의 인연을 맺는 것보다 이를 정리하고 헤어지는 과정이 훨씬 더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린이 홀로 감내했을 시간을 위로했다. 특히 린이 처음 이혼 결심을 전했을 때 자신의 일처럼 속상해하며 눈물을 쏟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동료의 아픔을 진심으로 함께 나누는 따뜻한 면모를 드러냈다.이혼 사실이 처음 외부에 알려지게 된 과정은 다소 뜻밖이었다. 린은 원래 백지영에게만 조용히 털어놓으려 했으나, 당시 현장에 윤종신과 김범수 등 다른 동료들이 함께 모여 있어 상황이 묘하게 흘러갔다. 백지영이 린에게 할 말이 있다는 신호를 주자, 윤종신이 농담 섞인 말투로 이혼 아니면 임신일 것이라고 추측한 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결국 린은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상황을 밝히게 되었고, 동료들은 당황하지 않고 그녀의 고백을 묵묵히 받아들여 주었다.린은 당시를 떠올리며 누군가에게 공식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알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숨겨야 할 비밀이 아닌 삶의 한 과정으로 인정받는 기분이었다는 설명이다. 동료들의 배려 섞인 반응 덕분에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고, 그날 이후 본격적으로 자신의 삶을 재정비할 용기를 얻었다고 덧붙였다.지난해 전해진 린과 이수의 이혼 소식은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한 부부였기에 대중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자녀 없이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한 두 사람의 결정에 대해 당시에는 구체적인 배경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번 방송을 통해 린이 겪었던 인간적인 고뇌가 조금이나마 드러났다. 백지영은 철부지 같던 시절을 지나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어 삶의 무게를 견디는 서로의 모습에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아픔을 딛고 다시 무대와 방송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린을 향해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과거의 인연을 뒤로하고 홀로서기에 성공한 그녀가 보여준 솔직한 태도는 비슷한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었다. 린은 앞으로도 자신의 감정을 노래에 담아내며 가수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더욱 단단해진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 술·약·운동… 내 몸에 멍 자국 남기는 주범

     샤워를 하거나 옷을 갈아입는 도중 몸 곳곳에서 발견되는 시퍼런 멍은 당혹감을 주기 마련이다. 분명 어딘가에 세게 부딪힌 기억이 없는데도 정강이나 팔뚝에 선명하게 자리 잡은 흔적을 보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의학적으로 멍은 피부 아래 미세혈관이 파열되면서 유출된 혈액이 피부 밑에 고여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부분은 일상적인 가벼운 충격이 원인이지만, 유독 멍이 잦거나 오래 지속된다면 우리 몸 내부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최근 운동량이 갑자기 늘어났다면 근육에 가해진 반복적인 자극이 원인일 수 있다.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등산처럼 특정 부위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운동은 근육 인근 혈관에 상당한 압박을 가한다. 뭉친 근육을 풀기 위해 사용하는 폼롤러나 강한 마사지 역시 피부 아래 혈관을 손상시키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팔목에 걸거나 어깨를 짓누르는 가방끈처럼 일상 속의 사소한 압력만으로도 혈관이 약한 사람에게는 선명한 멍 자국이 남을 수 있다.평소 복용하는 약물이나 음주 습관도 멍의 발생 빈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스피린이나 항응고제 같은 혈전 관련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혈액 응고 속도가 늦어져 작은 충격에도 멍이 크게 번지고 회복이 더뎌진다. 스테로이드 제제의 장기 복용 역시 피부 조직과 혈관 벽을 얇게 만들어 멍에 취약한 상태를 유도한다. 특히 잦은 음주는 간 기능을 저하시켜 혈액 응고에 필요한 단백질 생성을 방해하므로, 술을 즐기는 사람일수록 멍이 쉽게 생기는 경향이 있다.식습관을 통한 영양 공급 상태도 점검 대상이다. 비타민 C는 혈관 벽을 지탱하는 콜라겐 합성에 필수적인 영양소로, 부족할 경우 모세혈관이 쉽게 터져 잇몸 출혈이나 피부 멍을 유발한다. 혈액 응고 과정을 돕는 비타민 K의 결핍 또한 지혈을 방해해 멍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평소 브로콜리, 시금치 같은 녹색 채소나 과일 섭취가 부족한 식단을 유지해 왔다면, 이는 단순히 체질 문제가 아니라 영양 불균형이 혈관 건강을 악화시킨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노화 역시 피할 수 없는 멍의 원인 중 하나다. 중년 이후에는 피부층이 얇아지고 혈관을 보호하는 지방층이 감소하면서 외부 자극에 대한 방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특히 자외선에 자주 노출되는 손등이나 팔뚝은 조직 탄력이 저하되어 조그만 스침에도 혈관이 쉽게 파열된다. 나이가 들수록 예전보다 멍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사라지는 속도가 늦어지는 것은 피부 노화와 혈관 약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신체적 증거이기도 하다.대부분의 멍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만, 특정 증상이 동반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뚜렷한 외상 없이 배나 등처럼 부딪히기 어려운 부위에 큰 멍이 반복적으로 생기거나 코피, 잇몸 출혈이 잦다면 단순한 타박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특히 상처가 났을 때 피가 잘 멈추지 않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혈액 응고 체계의 이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신체가 보내는 이 작은 신호들을 방치하지 말고 생활 습관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무등산 용추계곡, 상수원이 품은 '비밀의 숲'

     광주의 영산 무등산 장불재 샘골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고산 초원을 지나 도심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용추계곡이라는 숨겨진 비경이 자리한다. 해발 900m 높이에서 시작된 물길은 용추폭포를 거쳐 제2수원지에 머물며 시민들의 소중한 생명수가 된다. 약 4km에 걸쳐 이어지는 이 계곡은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과 하늘을 가린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무등산 내에서도 손꼽히는 절경을 자랑한다. 특히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특수성 덕분에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연림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걷는 내내 태고의 신비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계곡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청량한 물소리와 숲의 숨소리가 어우러진 자연의 합창이다. 제2수원지 정문 옆으로 난 좁은 오솔길을 따라 발을 들이면 도심의 소음은 어느덧 멀어지고 깊은 산중의 고요함이 온몸을 감싼다. 무릎 높이까지 자란 풀들이 길을 가로막기도 하지만, 이슬 머금은 풀잎을 헤치며 나아가는 과정은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설렘을 준다. 바짓단을 적시는 차가운 감촉과 코끝을 스치는 진한 흙내음은 잊고 지냈던 유년 시절의 산행 기억을 소환하며 마음의 긴장을 해제시킨다.숲길을 따라 30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비로소 계곡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바위틈을 굽이치며 흐르는 물은 곳곳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낮은 단차를 이용해 앙증맞은 폭포들을 빚어낸다. 거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숲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이 작은 물줄기들은 용추계곡만의 깊은 정취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다. 물길의 정점에는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품은 용추폭포가 자리하는데, 폭포 아래 깊게 패인 소(沼)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계곡을 벗어나면 길은 점차 가팔라지며 숲의 밀도를 높인다. 서늘한 계곡 바람이 땀방울을 식혀줄 무렵, 만연산과 너와나목장 등 여러 갈래길이 만나는 길목에 다다른다. 이곳에서부터 무등산의 상징적인 쉼터인 중머리재까지는 약 400m의 짧지만 가파른 구간이 이어진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과 바람에 흔들리는 숲의 노래가 지친 산객을 응원한다. 배낭끈을 다시 조여 매고 마지막 오르막을 넘어서면 마침내 시야가 탁 트이는 고개에 서게 된다.해발 617m에 위치한 중머리재는 스님의 머리처럼 둥글고 나무가 없는 넓은 초지로 이루어져 있다. 예부터 광주와 화순을 잇던 옛길의 중심이자 무등산 등반객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만남의 광장이다. 이곳에 서면 방금 지나온 안양산과 만연산의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산행의 성취감을 극대화한다. 매년 새해 첫날이면 수많은 이들이 일출을 보기 위해 모여드는 이곳은 무등산의 심장부로서 시민들의 희망과 염원을 오랫동안 품어온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두 달여 전 첫발을 뗐던 무돌길 트레킹은 용추계곡의 맑은 물과 중머리재의 시원한 바람을 만나며 절정에 달했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걸어온 여정은 단순히 산을 오르는 행위를 넘어 자연과 교감하며 내면을 정돈하는 시간이 되었다. 무등산은 용추계곡의 원시림과 중머리재의 너른 품을 통해 지친 현대인들에게 다시 살아갈 에너지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다. 산행을 마친 이들의 마음속에는 초록빛 이끼와 맑은 물소리로 기억될 또 하나의 계절이 깊게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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